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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은 정답이 아니다. 도널드 노먼(Donald A. Norman)

2012-08-22

심플(Simple) VS. 복잡(Complexity)

우리는 보통 ‘심플’의 반대말로 ‘복잡’을 떠올립니다.
심플한 것을 조금 더 세련되고 좋은 것, 복잡한 것은 조잡하고 나쁜 것으로 생각하는 예도 많이 있습니다.


인지과학자이자 UX 디자인의 대부라 불리는 도널드 노먼(Donald A. Norman)교수는 이 ‘복잡함’이 나쁜 것이 아니며 우리 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도널드 노먼 교수의 책 “심플은 정답이 아니다. (Living with Complexity)”와 최근 강의를 중심으로 그의 답은 무엇인지 살펴보려 합니다.

Living with Complexity, Donald A. Norman, 2010. Oct

위에 책 표지에는 2개의 양념통이 있습니다. 둘 중의 어떤 것이 소금이고 후추일까요?
매우 심플해 보이는 이 제품에서조차 모든 사람이 같은 대답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러한 예제를 통해 도널드 노먼은 심플함이 언제나 명쾌함을 주는 것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심플(Simple) ≠ 명쾌(Clear)

사람들이 말하는 단순함이란 어떤 의미일까? 좋아하는 기능은 모두 들어가 있으면서 버튼 하나로 조작할 수 있는것이 바로 그들이 생각하는 ‘단순함’이다. 이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사람들은 스스로 심플함을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심플함이 아니라 ‘이해(Understanding)’입니다.

 

우리는 복잡한 것을 필요로 하고 좋아합니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하는 다양한 활동만큼이나 복잡합니다. 사람들은 심플한 것을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매우 심플한 제품과 하나라도 기능이 더 있는 제품을 선택하라고 했을 때 대부분 사람들은 기능이 더 있는 제품을 선택합니다. 우리가 싫어하는 것은 복잡함이 아니라 혼란(Complicated)입니다.

복잡(Complexity) ≠ 혼란(Complicated)

복잡: 다양한 도구들의 상태를 표현
혼란: 세상의 무언가를 이해하고 사용하며,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심리상태. 헛갈림

Google VS. Naver Main Page

여기 구글과 네이버의 메인 페이지가 있습니다. 둘 중에 어떤 것이 더 심플 한가요?

도널드 노먼이 말하는 답은 이렇습니다.
“당신은 여기서 무엇을 하려고 합니까? 검색하려고 하는지? 뉴스를 보고 싶은 것인지? 날씨를 알아보고 싶은 것인지? 사용자의 니즈와 컨텍스트에 따라 답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단순함을 원한다. 하지만 그 많은 멋진 기능을 포기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심리학자들은 미적 선호도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적절한 복잡함을 선호한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너무 단순하면 금세 흥미를 잃고 지루함을 느끼고, 반대로 너무 복잡하면 혼란스럽고 짜증이 난다는 것입니다. 기술을 길들이는 것은 물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인 것입니다.

사용자의 습득능력과 사용능력 수준은 다양합니다. 이를 위해 좋은 디자인은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의 발표 파일을 처음부터 프레젠테이션 하기 위해서 메뉴에 있는 버튼을 누를 수도 있지만 고급 사용자는 단축키를 활용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사용자들은 무언가를 습득하고 나면 그 과정을 더 빠르고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필요로 하며, 제품은 이를 고려하여 디자인 되어야 합니다. 단순한 기능만을 가지고 다양한 사람들의 필요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주지시켜 주고 있습니다.

도널드 노먼은 우리가 단순함의 함정에 빠져 창조적 혁신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을 경계하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복잡함을 어떻게 길들여야 할까요?

복잡함은 다스릴 수 있는 것이나 때로 우리를 압도하고 좌절을 주기도 합니다.
복잡함을 길들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적합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적합한 커뮤니케이션이란 사용자에게 어떻게 현재 상태로 오게 되었는지(과거), 지금 현재 어떤 상태에 있는지(현재),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미래) 알려주는 것입니다.

또한, 좋은 디자인에서는 적합한 기표가 들어가 있습니다. 디자이너는 적합한 기표를 통해서 사용자에게 가능한 행동범위를 알려줘야 합니다. 기표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복잡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품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내외부의 모든 접점을 찾아 전체의 사용자 경험을 개선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규정하는 것입니다.

iPod Classic - 검정색

Apple, iPod

애플의 아이팟이 성공했던 이유는 단순히 제품의 디자인이 아름답기 때문이 아닙니다. 사용자들이 쉽게 음악을 구매할 수 있게 저작권 협상을 통해 음원을 디지털화하였고 아이튠스를 통해 구매한 음악을 PC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좋은 시스템 디자인은 전체 과정을 인간 중심적이고 사회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데서 출발한다.

 

디자인이나 기획이 어려운 것은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생겨도 순조롭게 작동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확실한 피드백과 개념적 모형(Conceptual Model)이 없다면 고객에게 훌륭한 경험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

노먼은 심리학과 사회과학 연구 결과를 응용한 팁을 주기도 하는데요. 심리학 연구에서 밝힌 기억이 행동을 지배한다는 사실과 그에 따라 사람이 기억을 쉽게 왜곡하기 때문에 복잡함과 기다림의 지루한 과정을 즐겁고 유쾌한 경험 사이에 넣어 좋은 기억으로 마무리 할 것을 조언하고 있습니다.

또한 감정이 모든 것을 지배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이 확산되는 곳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살펴 이해할 만한 적합한 절차로 보이도록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Living With Complexity’ Lecture at Stanford University

 

“Why do we need complexity? Because what we really want is understanding, so, it’s about design.”

디자이너는 복잡함이 나쁜 성질이나 혼란스러운 얼굴이 아닌 바람직한 모습을 드러내도록 사용자에게 좋은 구조와 일관된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것은 디자이너와 사용자의 도전과제입니다. 아무리 복잡한 것도 구조를 터득하고, 운용방식을 이해하고, 내부에 대한 일관된 이해를 가지면 단순해질 수 있습니다. 단순함은 마음속에 있고, 이를 인지하기 위해서는 디자인하는 사람과 이용하는 사람 모두 노력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사람들은 곧 그 역량을 터득해 버리고 더 높은 것을 요구한다.

그 때문에 날이 갈수록 제품과 서비스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복잡함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이러한 시도가 때로는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거나 좌절감을 주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기술적인 배려뿐만이 아니라 심리적이며 사회적인 배려에 기초한 분별력이 꼭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심플함이 아니라 ‘이해'(Understanding)입니다. 복잡한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고 그것이 좋은 디자인의 역할입니다.

복잡해지는 기술과 삶의 환경으로 인해 디자이너에게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디자이너가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에 대해 더 많이 학습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노먼 교수는 우리에게 단순, 복잡, 혼란, 명쾌에 대한 심도 있고 섬세한 정의를 통해 우리에게 깊이 있는 사고를 요구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복잡함을 길들이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사람을 이해하고 알아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복잡해지는 세상과 기술을 심각하거나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균형감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생각하는 도널드 노먼의 시선을 되새겨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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