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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esigner of the Week : Saul Bass

2012-05-30

요즘처럼 멀티플렉스가 극장을 장악하지 않았던 시절, 극장의 간판에는 상영영화의 포스터를 배껴그린 모작이 걸려있었죠. 그때를 돌이켜 보면 대부분의 영화 포스터의 중심엔 늘 주인공의 얼굴이 내세워져 있었죠.(물론 요즘의 영화에서도 주연 배우의 모습은 거의 빠지는 법이 없지요.) 헌데 그 중 간간이 주연 배우의 얼굴이 아닌 그래피컬한 이미지가 있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요. 돌이켜 보면 꽤나 진보적인 디자인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미지로 만들어진 포스터가 대부분 ‘어떤 한 사람’의 영향을 받았다면 그 ‘한 사람’은 아주 독창적인 인물이라 예상할 수 있겠지요.

짐작하셨겠지만, 오늘 소개해드리고자 하는 아티스트가 바로 그 ‘한 사람’ 입니다. 누구냐구요? 바로, 폴 랜드(Paul Rand), 허브 루발린(Herb Lubalin)과 더불어 미국 그래픽 디자인을 대표하는 인물인 솔 바스(Saul Bass, 1920~1996) 입니다.

솔 바스

영화 포스터 디자인과 타이틀 시퀀스로 유명한 솔 바스는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40년 동안 일하면서 알프레드 히치콕, 스탠리 큐브릭, 마틴 스콜세지 등의 거장 감독들과 함께 작업하였습니다. 특히 오토 프레밍거(Otto Preminger) 감독의 ‘황금팔을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Golden Arm, 1955)’, 히치콕의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North by Northwest, 1959)’, ‘싸이코(Psycho, 1960)’ 의 타이틀 시퀀스는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아주 유명합니다.

솔 바스는 1920년 뉴욕 브롱스지역에서 동유럽 유대인 이민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아트 스튜던트 리그(Art Students League)와 브룩클린 컬리지(Brooklyn College)에서 공부를 하죠. 1940년대 헐리우드에서 영화 광고 프린트를 제작하는 일을 하던 그는 영화감독 오토 프레밍거 감독과 함께 1954년 영화 ‘카르멘 존스(Carmen Jones)’ 의 포스터를 디자인하게 됩니다. 그때 프레밍거 감독이 바스의 작업물에 인상을 받아 타이틀 시퀀스까지 제작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바스는 이 기회가 타이틀 시퀀스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줄 때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관격의 경험을 확장시키고 영화의 테마와 분위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것을 만들 기회라고 말이죠. 이러한 그의 도전은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게 됩니다.

‘카르멘 존스’ 포스터

바스는 이후 프레밍거 감독의 ‘황금팔을 가진 사나이’ 영화의 타이틀 시퀀스를 제작하게 되는데 이 영화를 통해 그의 이름을 더욱더 알립니다. 영화는 어느 재즈 뮤지션이 그의 헤로인 중독을 이겨내려 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 었는데요. 바스는 팔을 약물중독과 연관된 강한 중심 이미지로 사용하고 타이틀 시퀀스에서 흰색 바탕에 검은 (약물에 중독된) 팔 이미지를 애니메이션으로 사용하면서 큰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되죠.

‘황금팔을 가진 사나이’ 포스터

‘황금팔을 가진 사나이’ 타이틀 시퀀스

이후 바스는 알프레드 히치콕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되는데요. 그는 히치콕의 영화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현기증(Vertigo, 1958)’, ‘싸이코’ 를 위한 키네틱한 타이포를 만들어 냅니다. 이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이고 혁명적인 작품들이었지요. 1950년대 바스의 타이틀 시퀀스 스타일이 생기기 전까지, 대부분 영화의 그것은 정적이면서 영화와 분리되어 있었으며 심지어 극장 커텐에 보여지는 것이 보통이었으니까요. 또한 그는 감독으로서의 ‘싸이코’ 유명한 샤워/살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였습니다.(바스가 이 장면을 자신이 연출하였다고 주장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하네요.)

‘싸이코’ 영화 중 유명한 샤워/살인 장면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타이틀 시퀀스

‘현기증 타이틀’ 시퀀스

바스는 자신이 타이틀 시퀀스에서 만들고자 하는 것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상영되는 영화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고, 이야기의 핵심내용을 환기시킬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매우 단순하게 말이죠.” 그리고 그는 관객들이 이미 ‘익숙한’ 것들을 ‘낯선’ 것으로 만들고자 하였는데요. 예를 들어 에드워드 드미트릭(Edward Dmytryk) 감독의 ‘황야를 걸어라(Walk on the Wild Side, 1962)’ 에서 평범한 고양이가 미스테리한 포식동물이 된다거나 마크 롭슨(Mark Robson) 감독의 ‘라마까지 9시간(Nine Hours to Rama,1963)’ 에서 시계의 내부 작동 장면이 기차의 바퀴로 연결된다거나 하는 형태로 말이죠.

‘황야를 걸어라’ 타이틀 시퀀스

‘라마까지 9시간’ 타이틀 시퀀스

타이틀 시퀀스 못지 않게 솔 바스는 영화 포스터 디자인으로도 많은 명성을 얻었는데요. 그는 이전까지의 포스터와 다르게 매우 단순화되고 영화의 핵심적인 요소를 상징적으로 디자인하였습니다. ‘현기증’ 에서 소용돌이처럼 빨려 드러가는 이미지나 ‘살인자의 해부(Anatomy of Murder, 1958)’ 에서 시체가 7개의 조각으로 분리되는 이미지나 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살인자의 해부’ 포스터

그는 40년이 넘게 타이틀 시퀀스를 디자인 하면서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는데요. ‘살인자의 해부’ 영화에서 컷-아웃 애니메이션(그림조각 혹은 종이, 천 등을 오려서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들을 연결해서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애니메이션 제작기법)을 사용하거나 ’80일간의 세계일주(Around the World in 80 Days, 1956)’ 의 에필로그에서 풀애니메이션 사용하는 등 다양한 테크닉을 실험하였죠. 특히 영화의 첫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라이브 액션 시퀀스는 많은 영화에서 사용되었는데요. ‘그랑프리(Grand Prix, 1966)’ 영화에서 타이틀 시퀀스가 자연스럽게 첫 장면 몬테 카를로 레이스로, ‘빅 컨츄리(The Big Country, 1958)’ 에서는 서부로 가는 합승마차 장면으로, 그리고 ‘승리자들(The Victors, 1963)’ 에서는 빠른게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을 통해 첫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였습니다.

‘살인자의 해부’ 타이틀 시퀀스

’80일간의 세계일주’ 타이틀 시퀀스

‘그랑프리’ 타이틀 시퀀스

‘승리자들’ 타이틀 시퀀스

타이틀 시퀀스로 큰 명성을 떨치던 솔 바스는 기업의 로고 디자인 작업을 하기도 하는데요. 그 유명한 AT&T CI 나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미놀타, 클리넥스 로고 모두 그의 작품이었습니다. 어떤 조사에 따르면 솔 바스가 만든 로고가 평균 34년 이상 사용된다고 하니 그의 역량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왼쪽위부터, 벨 시스템, AT&T, 제네럴푸드, 유니이티드 에어라인, 애버리 인터내셔날, 콘티넨탈 에어라인, 셀라네스, 유나이티드 웨이, 록웰 인터내셔날, 미놀타, 걸스카웃, 로리즈푸드, 쿼커오츠, 클리넥스, 프론티어 에어라인, 딕시, 워너 북스 & 워너 커뮤니케이션즈, 풀러 페인트

솔 바스는 1990년대 들어 마틴 스콜세지와도 함께 작업을 하였는데요. 영화 ‘좋은 친구들(Goodfellas, 1990)’, ‘케이프 피어(Cape Fear, 1991)’, ‘순수의 시대(The Age of Innocence, 1993)’, ‘카지노(Casino, 1995)’ 의 타이틀 시퀀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작업이 그의 마지막 작업물들이 되었죠. 솔 바스가 마지막으로 작업한 포스터는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의 ‘쉰들러리스트(Schindler’s List, 1993)’ 였는데요. 아쉽게도 배포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좋은친구들’ 타이틀 시퀀스

※ Embed 불가로 인해 글에 삽입할 수 없었습니다. http://youtu.be/s8pQJOeTkFs 를 클릭하시면 유투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케이프 피어’ 타이틀 시퀀스

‘순수의 시대’ 타이틀 시퀀스

‘쉰들러 리스트’ 포스터 by 솔 바스

‘쉰들러 리스트’ 공식 포스터

그가 1996년 사망한 이후에도 바스는 영화계에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요. 사실 현대 영화의 거의 모든 타이틀 시퀀스는 솔 바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그는 이 분야에 아주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최근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 2002)’ 이나 위클리 에이치에 소개 되었던 ‘엑스멘: 퍼스트 클래스(X-Men: First Class, 2011)’, 그리고 AMC 시리즈인 ‘매드멘(Mad Men)’ 의 타이틀 시퀀스는 모두 바스의 작업에 대한 오마쥬였죠.

‘캐치 미 이프 유 캔’ 타이틀 시퀀스

그의 독특한 타이포그래피와 미니멀한 스타일의 포스터 역시도 현재까지 많은 영감을 주고 있는데요. 1995년 스파이크 리(Spike Lee) 감독은 ‘클라커스(Clockers, 1995)’의 포스터에서 바스의를 트리뷰트 하였습니다.(하지만 솔 바스는 이 디자인이 도둑질이라고 표현했지요.) 2008년 코엔 형제(Joel Coen/Ethan Coen)의 ‘번 애프터 리딩(Burn After Reading, 2008)’ 이나 리 다니엘스(Lee Daniels)감독의 ‘프레셔스(Precious, 2009)’ 그리고 락밴드 화이프 스트라이프(White Stripes)의 ‘더 하디스트 버튼 투 버튼(The Hardest Button to Button)’ 앨범 역시도 솔 바스에게 오마쥬를 남겼습니다.

‘클라커즈’ 포스터

‘번 애프터 리딩’ 포스터

‘프레셔스’ 포스터

화이프 스트라이프 앨범아트웍

“다지인은 시각화된 생각이다(Design is thinking made visual)”, “상징화하고 요약하는 것(Symbolize and summarize)” 이라고 이야기하는 이 시대의 위대한 디자이너 솔 바스의 흔적은 앞으로도 누군가의 손에 다른 형태로 계속해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료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Saul_B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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